못 다한 이야기, 그리고 세계관
타의에 의해 반강제로 학업을 중단하게 되었던 1년 6개월간 빈둥대며 개인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중고등학교 시절 푹 빠져 있었던 무협지, 판타지 소설을 다시 손대기 시작했고, 어쩌다 보니 웹소설이라는 연재 방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신화, 전설들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장르가 여전히 인기가 꽤 있다는 사실을 알고선, 직접 써 볼까? 하던 찰나 20년 지기 친구의 "아니, X발 손가락 움직이는 대로 바닥에 토해놓은 똥 같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나?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일단 끄적거리 보든가."라는 말에 '그래, 어차피 결국 찾아보는 것들도 내 입맛에 맞는 것만 보는데, 내 입맛에 맞는걸 내가 써 보자' 싶어서 시작하게 된 일기장 겸, 머릿속의 복잡한 잡생각들을 정돈해보고자 시작한 판타지 소설입니다.
고로, 창작이나, 소설 집필에 관한 지식,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제 멋대로 끄적인 낙서같은 작품입니다. 뛰어난 작품성이나, 가독성 그런 건 솔직히 모르겠고, 디펜스용 논문을 퇴고하기 이전되는 대로 두서없이 써 놓은 느낌이 굉장히 강하게 듭니다. 하지만 제겐 첫 작품이었고, 세 명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의 이야기를 다루지 못했다는 점을 빼면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또한, 후지모토와의 결전은 입학 문제와, 비자, 면접 기타 등등의 문제로 작년 연말부터 엄청나게 바빠져서, 급하게 마무리를 지어버렸습니다. 그때 다 하지 못한 이야기와, 설명충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 미처 다루지 못했던 세계관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1. 신, 악마, 그리고 고신
본 작에서, 신들을 설명할때 고신과 신으로 구분 지어 놓았습니다. 혹여나 눈치 채신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신은 인간의 의식세계, 고신은 의식의 뒤편에 숨은 무의식을 의미합니다. 차원 저편의 세계라는 고신들이 유폐당한 차원은 인간의 무의식의 세계로, 평범한 방법으론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러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처럼 고신들도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불쑥 의식의 세계로 튀어나오려 하고, 그것을 억누르는 의식 = 신의 대립구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생신이라는 존재를 만들었는데, 코마츠 카즈히코 작 '일본인은 어떻게 신이 되는가.'에서 다루는 사람을 신으로 추앙하는 방법과 이유, 인간이 생전, 사후 신으로 추앙받는 사례를 모아놓은 사례집을 읽고 채용했습니다. 거기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 '신'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결국 신이란 존재는 '독자', 혹은 '작자'가 전지적 존재입니다. 그래서 주신 혹은 네임리스라고 불리던 고신 '에고' 또한 전능한 존재는 아니었죠. 그리고 본 작에 현생 신들은 모두 도교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신선'의 개념에 가깝습니다. 결국, 다신교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성향으로 볼 수 있는 인간의 뛰어난 업적이나, 개인의 수양으로 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설정이며, 신이 될 가능성을 가진 자들이 주인공 세 명이었습니다. 결국 세 명의 주인공은 현생 신이 아닌 사전적 의미의 전지전능한 '신'이 될 가능성을 품은 존재들이었습니다.
악마들에 대한 설정에서 보았다 시피, 그들은 인간의 육신을 의미합니다. 한 없이 강하게 그려놓은 그들의 육신은 그 때문입니다. 또한 고신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사건은 인간이 자라나며 자아의 성장과, 감정의 컨트롤을 통해 완전한 하나의 인격으로의 독립을 의미합니다. 즉, 고신 전쟁을 통해 신들이 얻어낸 자유는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2. 신이 된 남자 후지모토, 그러나 신이 되지 못한.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나치 독일을 배경으로 다루려 했으나, 문득 떠오른 사실이 731부대 즉, 마루타 부대와 그 만행이 머릿속을 스쳐 일본 하면 가진 프로토타입 가운데 하나인 열처리기술을 가지고 터미네이터 처럼 사이보그를 만들었다는 설정을 부여해 끝없는 욕망의 끝에 본인의 신체개조를 통해, 영생을 누리고자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권력자들의 사례를 대입한 존재입니다.
결국, 신들의 근간이 되는 신성의 본질을 알게 된 후지모토는 스스로 신이 되는데 성공합니다. 작품 속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신성의 본질은 수많은 욕망과 소원이 모인 인간의 신앙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는 리처드 도킨스 작 '만들어진 신', 이노우에 작 '만들어진 신화'에서 이야기하듯, 신의 탄생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을 향한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필연적 존재이며, 영적 의존을 위한 존재입니다. 후지모토가 사이보그, 바이오 버그, 안드로이드 들을 계속해서 찍어내는 이유 또한 그 때문입니다. 평범한 방법으론 신성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자신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존재들을 만들어야 했고, 그 결과 이성이 없고, 욕망만을 가진 바이오 버그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그들을 컨트롤하기 위한 존재로 예수의 12 사도의 개념을 채용해 A-Z까지의 바이오 로이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 신성을 가지게 되었으나, 결국 신의 육신을 가질 수 없었고, 그 때문에 끊임없는 육체 개조를 거듭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인간이 노력해도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결국 인간의 인지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고, 자신의 지식 내에서 이루어진 개조는 완벽한 신의 육체를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그러다 아서와 멀린이 남긴 펜릴을 발견하고, 자신의 상식을 벗어난 기술을 접합니다. 그러던 와중 고신의 흔적을 찾게되고 디아블로의 협조로 차원의 벽을 넘게 됩니다. (디아블로가 후지모토를 도운 이유는, 별 이유가 없습니다. 악마들을 구상할 때 인간의 신체를 기준으로 했고, 특히나 디아블로는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고 통제도 불가능하며,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그, 컨트롤이 불가능한 '그' 부위를 떠올렸습니다.)
후지모토는 먼저 고신을 강림시키려 하지만, 자신이 지구를 가지고 싶었기에 다른 차원에 마왕을 이용해 고신의 강림을 시도하고, 그러다 재수가 더럽게(?) 색욕의신과 악마왕의 사생아인 레나의 무한한 마력을 이용하려다 레 아드에게 걸리고 계획이 틀어집니다. 충분한 데이터를 얻었다고 판단한 후지모토는 샘플을 확보하기 위해 신계에 직접 발을 들이고, 신들의 주의를 끌게 되었으며, 직접적인 개입을 유발합니다.
그는 아서와 토니의 샘플을 얻게되고, 토니의 레플리카를 만들어내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만들어낸 신의 육체는 완전하지 못했습니다. 신은 원래 육체가 없고, 의지를 형상화한 것에 불과한데, 후지모토는 그 사실을 몰랐고, 끊임없이 완벽하고 강한 육체만을 추구했던 것이죠. 그렇게 그는 신성을 가진 강인한 기계의 육체를 가진 반쪽 신이 되고 맙니다.
마지막에 그가 신이되고자 했던 이유를 보여주며 그가 인간성을 버리지 못했음을 시사하며 결국, 그는 반쪽짜리였다는 사실을 한번 더 되짚었지만, 그는 사후 결국 신이 됩니다. 신이 되는 방법은 선행이나 업적뿐 아니라, 악행에 의한 원망과 저주도 포함됩니다. 그렇게 그는 신이 되지만, 인격을 상실했고, 과거의 기억을 가진 채 살아가지만, 이전같이 인간의 세상에 욕심을 잃게 됩니다.
3. 차원
거창하게 차원을 넘나드는 설정을 넣었지만, 사실 굉장히 간단하게 생각했습니다. 차원이라고 하지만, 결국 행성을 살아있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으로 보았고, 지구의 대기권에서 힌트를 얻어 차원의 벽을 만들었습니다. 즉, 하나의 차원이란 각각의 행성입니다. 세계수는 블랙홀에서 개념을 따왔으며, 오래전 우연하게 들었던 블랙홀로 들어가 웜홀로 나온다는 가설을 채용했습니다.
즉, 다른 차원의 존재인 레아드는 외계인이 되는 것이죠. 사실, 신계, 악마계, 마계 모두 각각의 독립된 행성입니다. 유일하게 요정계만이 일반적으로 판타지에서 이야기하는 차원의 개념에 가깝습니다. 인류가 차원의 벽을 넘지 못한 이유라는 게 결국 우주를 탐사하지 못한 것입니다.
4. 사라진 3부, 4부. 레아드에게 죽임을 당한 에고
사실, 무협지도 다루어 보고 싶다고 했을 때 후지모토 사건을 해결한 레 아드가, 신의 사도로 자각한 토니에게 용제를 붙여놓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두 세계의 다른 시간의 축으로 인해 꽤 많은 시간이 지난 뒤였고, 먼지로 수북한 그의 오두막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화전민 마을을 찾는데, 루나 백작의 지원으로 번듯한 마을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곳에 도착한 레 아드는 렌을 찾지만, 이미 죽어버린 렌의 아버지의 무덤을 발견하고 렌은 공작부인의 손에 이끌려 동대륙으로 건너갔다고 루나 백작에게 듣게 됩니다.
오랜만에 동대륙도 구경할 겸, 레나의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렌을 찾아 떠납니다. 그곳에서 꽤 이름을 날리고 있는 렌 일행의 소문을 듣고 그를 찾습니다. 네, 렌은 2부에서 나와선 안 될 인물이었지만, 급하게 끝을 맺다 보니 3부가 통째로 증발했고, 제 입맛대로 이런저런 캐릭터들을 꺼내올 수 있었죠.
이렇게 무협의 세계를 거친 후, 2부의 끝부분에 만난 달의 여신에게 듣게된 네임리스의 정체에 의문을 품고 있던 레 아드가 그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묻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었고, 그를 꽤 마음에 들어하던 제천대성에 의해 자초지종을 듣는다. 제천대성과 네임리스는 그의 말대로 고신이며, 그들 간의 알력에 의해 사소한 다툼이 크게 벌어졌고, 그들의 하수인 겸, 노예로 만들었던 용인과 하위 신들을 끌어들여 수 천 개의 차원이 박살 나는 규모의 전쟁이 일어났고, 그때 승리한 자들이 현재의 자신들이라고 함.
네임리스는 에고라는 이름의 고신의 수장격인 인물이었고, 자신은 이드라고 하며, 욕망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며 지냈다고 한다. 이름 그대로 에고는 강한 자아를 지닌 의지체였고, 자신은 욕망의 화신이라고 소개한다. 레 아드가 만난 달의 여신은 모든 신들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존재 가운데 하나로, 그녀가 중립을 취했기에 그들이 승리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 이후, 자신이 계속해서 고신을 막아왔던 이유가, 에고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였다는 것을 깨닫고, 극도의 허무함과 배신감에 시달린다. 그렇게 4부가 시작되며, 에고에게 찾아가 따져 물은 레 아드와 에고 사이의 갈등이 4부의 내용입니다.
4부에서 결국, 에고를 베어낸 레아드가 그에게서 받은 힘을 모두 상실하고, 그의 육신은 먼지처럼 흩어집니다. 하지만, 소멸한 에고의 힘은 마지막으로 레아를 보고 싶다는 그의 강한 원념에 반응해 그의 육신을 재구축하고 그의 몸에 모여듭니다. 그렇게 레 아드는 온전한 고신의 힘을 흡수하고 초월자가 되어 지구로 향합니다.
토니의 집에 나타난 레아드는 너무 지친 나머지, 깊게 잠이 들고 수 천년 만에 잠에 빠진 레 아드는 찌뿌둥함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나며 웃고 있는 레아를 마주하고, 레아가 레 아드를 내려다 보고 토니가 짓궂은 웃음을 지으며 엔딩을 내려고 했습니다.
5. 레아드의 전투력?
사실, 레아드는 자신의 누나의 죽음 이후, 굉장히 여린 성격을 가지게 되었고, 죽음과 살인에 굉장한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무의식적으로 힘을 억누르고 있습니다. 과거의 사건으로 힘을 봉인당한 것 외에도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고신들과 충분히 맞설 수 있을 전투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는 평범한 현생 신들에게도 고전을 하죠. 아서에게 죽도록 얻어터졌을 때가 그랬습니다. 또한, 그의 전투는 언제나 대단위 파괴를 가져오기에 의식적으로 억누르는 경향도 있습니다. 반면, 토니의 경우 철저하게 인간으로 만들어졌고, 인간만을 대상으로 전투를 했기에 그의 전투는 넓어야 건물 몇 채 정도에서 끝납니다.
그러나, 극도의 배신감에 치를떨던 레 아드는 달의 여신의 도움으로 에고가 일부러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게 알려준 신살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분노에 몸을 맡긴 그는 수 십 번의 죽음에서 되살아나 계속해서 에고를 공격합니다. 에고가 그냥 레 아드의 힘을 회수하거나 죽여버리면 되는 것 아니냐 하실 수 있지만, 전능한 신이 될 가능성을 품은 레 아드, 레진, 토니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그저, 자신들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을 행위에 죽음이라는 제약을 걸어 두었지만, 달의 여신에 의해 제약을 벗어나게 된 레 아드와 레진이 결국 에고를 죽이고, 제천대성은 뒤에서 박수를 치며 즐거워합니다.
사실상 차원핵도 부숴버릴 수 있는 레 아드의 전투력은 충분히 고신들과 겨룰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죽음이라는 제약마저 뛰어넘어 그를 벨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
3부와 4부를 통째로 날려먹으며 마무리를 날림으로 끝맺는 바람에, 엉망진창으로 끝이 나 버렸습니다. 이제 다음 달이면 학기도 다시 시작하고,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면 연재를 할까 말까 고민 중이긴 합니다만, 후속작을 조금씩 쓰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에필로그에서 나왔던 토니와 캐시의 딸입니다. TOTG의 지구를 기점으로 약 100년이 지난 후, 수명의 한계가 사라지고, 신들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유니온(독립 자치단체)을 중심으로 국가의 개념이 사라진 극도로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다크 판타지를 쓰고 있습니다. 19세를 걸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수위로 쓰고 있습니다만, 주로 욕설, 폭력적 묘사, 인간세상의 어두운 부분들을 마법, 이종족들이 공존하는 지구를 배경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연재를 할지 안 할지도 미정이고, 글을 끝맺을지 그냥 몇 자 끄적이다 말지도 모르는 상태지만 일단 쓰고 있습니다.
다시 연재를 통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